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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하버드 합격생 이야기

내가 본 J양은 매우 명석하고 속이 꽉찬 학생이였다. J양과 만난 건 12월 초 콜럼비아의 수시결과발표 후 몇일 뒤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립고등학교 전교1,2등하였던 아이였으며 한인에도 불구하고 학생회장까지 도맡아 할정도로 진취적이며 리더십이 강한 친구였지만, 콜럼비아에서 Defer 결과를 받고 적지 않게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J양의 원서는 나와 방금 상담을 한 학생의 원서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형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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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활동사항이나 이력서구비는 엉망이었고, 아이비리그 대학원서에 가장 돋보여야 할 에세이에선 명석하고 어른스러운 생각의 깊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난 J양의 콜럼비아 원서를 채 10분도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바로 결론 지을 수 있었고 학생에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콜럼비아는 포기하자, 이원서는 나중에 100% 탈락할거야.”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던 J양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겠지만, 난 내 경험으로 비춰보았을 때, 이미 탈락시킬 마음으로 전교1,2등인 J양에게 콜럼비아는 배려적 차원에서 Defer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하였다. Defer의 특성상 추가적인 특별활동이나 수상내역을 이력서에 추가하여 접수시킬 수 있지만, 이미 접수된 에세이까지 모두 교체하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한 마디로 복구가 불가능한 망가진 원서였던 것이다. 그 당시 J양에게 필요했던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였다. 우리는 주어진 3주란 짧은 시간안에 예일, 유팬, 스탠포드, 그리고 하버드 원서작업을 새로 시작하기로 하였다.


미국 대입원서는 객관성과 주관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종합적인 평가이다. 이것은 학생의 관심영역과 삶에 대한 해석능력 그리고 어린 나이에 끌어 오르는 그 순수한 열정을 원서라는 좁고도 좁은, 또 넓다면 넓은 공간에 조화롭게 표현 해야하는 매우 ‘즐거운’ 작업이다. J양의 콜럼비아 원서에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바로 이 조화로움과 즐거움에 대한 결핍이었다. 조화롭다는 것은 다양성속에 존재하는 연결됨이다. 학생이 학생회장이고 다른 활동에서도 기능적인 구성원으로써 활동을 하였다면, 이런 것들을 보이지 않게 연결시켜줄 하나의 주제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결작업은 에세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될 부분이 있다. 단순한 연결, 즉 억지로 짜맞춘 스토리는 인위적이며 오히려 원서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억지로 맞춘다는 것은 감정이 매마른 것이다, 감동이 없고, 작업이 고통스럽다, 인위적이며, 자연스럽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저자가 즐겁게 작업하지 않았다면 독자도 역시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실패작이 되는 것이다.



나는 J양과 많은 종류의 자유로운 대화를 하였다. 컨설턴트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 중에 하나는 잘 듣는 것이다. J양의 이야기를 듣고 물어보며, 많은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학생이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큰 존경심과 가족애, 영어가 쉽지 않았던 어렸을적 기억, 추억 등... 상담이 끝나갈 무렵 나는 내가 J양과 대화 중에 느꼈던, 내가 본 J양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J양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왜 그리도 열심히 공부하였고, 삶을 살아왔던 것인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주었다. 일종의 자아발견 카운슬링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학생 본인이 생각했던 평범하고도 무딘 삶 속에, 가치와 이유를 찾아주면서 에세이의 주제와 문단 별 내용 그리고 마무리까지 모두 잡아주었다. 아직도 그 당시 J양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감동과 즐거움, 순수한 희열이었다. 콜럼비아에서의 Defer 결정 따위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맹목적인 합격을 위한 원서 작업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에게서 동떨어져 자신을 바라보며 평가하고 이해할 수 있을 때 원서작업은 진정 즐거워진다. 원서작업의 과정은 고통이 아닌, 고뇌를 동반한 자아발견의 기쁨이다. 이것을 실현했을 때만이 원서작업이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J양의 성적은 분명 훌륭하였지만 완벽한 아이비리그급은 아니였다. SAT1 점수는 2300이상으로 훌륭하였으나, 문과계열 AP 성적이 4점으로 2개뿐이였으며, SAT2는 4종류를 보았지만 화학과 생물학이 700점조차 되지 않은 점수로 다소 약세였다. 거기에 더불어 수상내역은 학교와 카운티 정도의 수상이었으니, 일명 스타급 학생으로 보기엔 힘든 부분이 있었다. 다시 말해, 정형화된 성적 부분만큼은 하버드, 예일 등 최상의 아이비리그급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일명 스펙 스펙으로 일관하며 점수 올리기와 수상, 리서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특목고 아이들은 과연 아이비리그급인 것인가? 그들과 J양은 분명히 대면되는 부분이 있다. 그들의 원서는 대부분 스펙과 ‘보이기 위함’에 치중된 극대화된 원서들이다. 만약 그들의 원서 역시 조화로움과 즐거움이 결핍되어 있다면 합격에 기회는 현저히 줄어든다. 원서는 극대화 시키는 것이 아니다. 원서는 최적화함에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 명문대 합격의 비밀이며, 매력인 것이다.

시간이 흘러 4월에 발표가 시작되면서 J양은 굉장히 무서웠을 것이다. 콜럼비아에서의 최종탈락은 어차피 기대가 없었던지라 지나 보냈지만, 스텐포드와 예일등 메인 에세이 이외에도 짧은 시간에 구비해야 할 에세이가 많았던 학교발표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터라 스스로 많이 실망한 듯 해보였다. 발표순간순간마다 내게 메세지로 떨어졌다고 이야기할 때, 나도 꽤 속이 쓰렸다. “다른 학교도 기다려보자, 너무 걱정 하지마! 하버드도 있잖아~”라고 대답해주었지만, 내가 발견한 J양의 깊이와 가치가 원서를 통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까 염려하기도 하였다. 몇일 후 대성 통곡하는 J양의 전화에 나도 같이 울었다. 하버드와 유팬으로부터 4년장학금으로 합격을 통보 받은 것이다. J양이 다니는 공립고등학교에선 7-8년만에 하버드 합격이었다. 나를 믿어주고 따라주고 원서를 처음부터 다시 쓰면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아발견의 기쁨과 희열, 그것을 원서에 옮기는 즐거움을 경험했던 J양에게는 합격이란 결과물보다 분명 더 가치 있는 시간이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난 자신한다. 미국대입 원서는 결코 고통의 작업이 아니다. 분명 즐거운 고뇌인 것이다.


뉴욕 중앙일보 05/26/12

글 Jason Lee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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